[일요시사 비젼21 칼럼]

"세계 제2의 뇌물공여국 오명, 어떻게 벗을 것인가?"

김거성 (반부패국민연대 사무총장)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세계 14개 주요 수입국의 기업, 은행, 상공회의소의 임원들과 공인회계사, 변호사 등 770명을 상대로 갤럽 인터내셔널을 통해 조사하여 그 결과를 지난 10월 26일 뇌물제공지수(Bribe Payers Index)로 발표하였다. 이 조사는 해당국에 본사를 둔 기업들이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 또는 거래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뇌물이나 상납 등의 부패를 저지르는지를 10점(전혀 없음)부터 0점(아주 많음)까지 19개 수출주도국에 대해서 각기 평점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3.4점으로 1위 스웨덴(8.3점)이나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8.1점) 등과는 달리 해당 19개국 중 최하위권에 머물러 "세계 제2의 뇌물공여국"이란 오명을 얻게 되었다.

물론 조사대상 19개국(기업) 모두 뇌물공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지만 하위권의 국가들은 '공격적' 뇌물제공국가로 손가락질을 받게 되고, 상대적으로 상위권의 국가들은 '수세적'으로 뇌물을 제공해왔다는 변명이 가능하게 되었다.

또 국제투명성기구가 지난 95년부터 5년째 발표하고 있는 부패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에서도 우리 나라는 10점 만점(청렴도)에서 3.8점을 얻어 조사대상 99개국 중 자메이카, 리투아니아와 함께 공동 50위를 차지하였다. 부패지수는 국제적 신뢰를 받고 있는 기관들의 조사자료들을 기초로 작성하는 방식을 채택하여 조사들의 조사(poll of polls)라고도 부른다.

TI의 페터 아이겐 회장은 "그 기초가 된 조사자료들이 지난 3-4년동안의 것이어서 최근 들어 각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반부패활동의 성과가 반영되지 않았음을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 나라에서도 최근 '반부패' 프로그램이 가동되기 시작했고, 국민의 정부에 대하여 부패척결에 대한 세계적 기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부패지수는 뇌물지수와 함께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패구조, 그리고 부패문화의 현주소를 반영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자위할 바는 아니다.

이제 정부당국은 우리 기업들이 무역 거래는 물론 국내 거래에서도 이해당사자들에게 뇌물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좀 더 확고한 의지가 담긴 행동을 취해야 한다. 우선 각종 계약 관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먼저 해당 계약과 관련하여 뇌물, 상납, 향응제공 등 부패가 없어야 한다는 것을 의무적으로 조건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만약 이를 어길 시에는 그로 인한 불법적 이득의 100배를 배상-추징토록 하는 '청렴준수' 의무제(integrity pact)를 도입하여야 한다.

또한 기업은 뇌물과 상납이라는 편법이 아닌 상품의 품질과 기업의 청렴성을 통해 세계에서 경쟁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시작은 너무 늦었지만 이번 발표를 계기로 확고한 반부패 의지와 실천으로 우리 나라가 국제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역할을 다하게 되기를 바란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야는 만장일치로 반부패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 반부패기본법에는 앞서 언급한 청렴준수 의무제 도입과 각종 부패에 연루된 기업에 입찰참여 배제 등 불이익을 부과하며 반부패기업 인증제도 등을 도입하여 기업의 반부패 '실천'을 독려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여야 한다.

정부나 국회를 향해 제도나 법률을 촉구하는 운동도 중요하다. 그러나 법제로 저절로 우리 사회의 부패를 척결해 낼 수는 없다. 오히려 기업과 시민사회(단체), 국민 개개인 모두가 이번 국제투명성기구의 발표내용을 겸허하게 되새기면서 확고한 '반부패' 의지로 맑고 깨끗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실천에 자발적이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때에야 법제의 정비가 참으로 효력을 발휘하게 되고 "반부패"에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