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동아일보 주최 국가투명성 확보와 부정부패 방지를 위한 대토론회 토론문]

1999. 11. 24.

제1주제 : "정부 부패방지 종합대책에 대한 종합평가"

토론자 : 김 거 성 (반부패국민연대 사무총장)

1. 평가의 범위와 관점

지난 8월 국무조정실이 중심이 되어 마련한 "부패방지 종합대책"과 국무조정실의 의뢰를 받아 각 분야별 연구원들 또는 학회가 추진하여 제출한 총 10권의 연구용역보고서, 그리고 최근 대통령 자문 반부패특별위원회에서 준비 또는 추진하고 있는 반부패 대책, 그리고 반부패특위의 건의안을 기초로 최근 국민회의 등에서 검토하고 있는 반부패기본법(안) 논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또한 참여연대 박원순 사무처장의 '종합평가'에 대한 동의 또는 이견이 있는 부분을 적시하고, 마지막으로 몇 가지 실천적 대안을 제출하고자 한다.

2. 부패 개념의 정의

반부패특위에서 제출한 반부패기본법 건의안 제2조 3항에 따르면 부패행위는 다음 각 목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되어 있다 : "가.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하여 그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거나 법령을 위반하여 개인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 "나. 공공기관의 예산운용과정과 공공기관재산의 취득, 관리, 처분과정 또는 공공기관과의 계약체결 및 이행과정에서 법령 기타 관계규정 및 예산에 정하여진 바에 위반하여 공공기관의 재산에 대하여 (중대한) 손해를 끼치는 행위".

그러나 사회 통념 또는 건의안 제1조에서 목적으로 밝힌 "깨끗하고 투명한 정부와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일은 부패를 공직자 또는 공공기관에 국한하는 공직부패의 개념을 채용하는 것으로는 결코 실현될 수 없다. 특히 이른바 공적 자금을 100조원 씩이나 투입해야 겨우 넘길 수 있는, 이른바 우리 경제의 위기를 초래하는 요소들의 본질은 무엇인가? 내용적으로는 회수할 수 없는 대출을 해 준 은행들이나 또 이를 받아 그야말로 이를 '탕진한' 재벌 총수들의 경우 국민의 세금을 파먹고 또 공공의 재산에 심각한 손해를 끼친 행위들이 아닌가? 이들의 행위를 신고한다 하더라도 공직자 또는 공공기관의 재산 범위에 들어가지 않으므로 신고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부패행위에 대해서도 행위자 중심의 관점으로부터 피해자 중심으로 이를 정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즉 부패행위에는 "지위와 권한을 남용하거나 법령을 위반하여 본인 또는 관련있는 제3자 등의 사적 이익을 도모하여 공적 이익이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치는 행위"가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사기업이나 은행, 단체, 병원, 사립학교 등에서의 각종 공적 직위를 이용한 부패행위를 통제할 수 있으며, 이는 사회통념과 일치한다고 본다. 다만 타 법률과의 관계 등 법률적으로 보다 세밀한 검토를 거치는 것이 덧붙여져야 할 것이다.

3. 반부패기본법 관련 법률 제-개정

신고자(공익제보자)의 보호, 보상금 지급, 시민감사청구, 시민감사관 제도 등의 내용은 그동안 시민단체 등이 주장해왔던 내용들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일정한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반부패기본법 건의안은 통합법 형태가 아닌 기본법의 체계를 채택하고 있으나 관련된 다른 법제의 제정과 개정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제시된 바 없다. 이 점에서 발제자의 지적이 옳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기본법을 포함하여 일괄 처리될 수 있는 형태로 나가기까지는 어려울지 몰라도 적어도 정부나 여야 각 정당은 관련 반부패 법률들(공직자윤리법, 재산등록공개, 돈세탁방지, 몰수특례법 등)의 제-개정 방향과 내용을 조속히 마련하고 가능한 빨리 이를 처리하여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4. 사정기관의 개혁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 문제와 관련하여 본 토론자는 기구를 신설하는 방식보다는 검찰과 감사원 등 현존하는 헌법기관들의 개혁을 통한 제 자리 찾기가 본질적 접근이라고 본다. 세금으로 검찰이나 감사원을 운영하면서, 또 그 기관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고 특별검사제를 도입하고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를 신설하는 등의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정 기구들 속에 내재한 개혁대상을 척결하고 또 진정한 독립적 검찰, 경찰, 사법부를 이룩하는 것이 바른 길이다. 따라서 "검찰개혁은 물 건너갔다"고 보기보다는 오히려 "개혁적인 성향을 가진 공직자와 개개인으로서의 국민과 이들의 여론을 대변하는 민간단체를 개혁의 주체역량으로" 꾸려 사정기구 등의 개혁에 함께 나서는 국민적 실천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해서도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판명된다면 그때에는 본격적으로 이들을 해체하고 새롭게 기능을 담당할 기구를 신설해야 할 것이다.

5. 기업 등 사적 영역에서의 반부패 참여

정부의 부패방지 종합대책에서 기업 등 사적 영역과 관련해서는 부패방지를 위한 기업의 의무를 적시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의 제시가 필요하며 이 부분에서 기업의 자발적인 반부패운동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기업의 의무(법안 제5조) 중에서 매년 신년 시무식 때에 윤리강령을 모든 임직원에게 배포하고 낭독하는 것은 물론 준수를 서약하는 서명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승진이나 인사고과에 '청렴성'도 중요한 평가요소 가운데 하나로 삼아야 한다.

앞으로는 '청렴성'을 기업 평가에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부패에 연루되면 그 기업의 제품은 즉각적으로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되고, 그 기업은 주주들로부터도 경원시된다면 이러한 부담은 기업에 대한 커다란 사회적 압력이 된다. 따라서 기업은 뇌물과 상납이라는 편법이 아닌 기술과 상품의 품질, 기업의 청렴성 등을 통해 세계에서 경쟁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 나가게 될 것이다.

6. 공직후보자 부패전과 공개를 위한 선거법 개정

각종 부정부패에 연루된 인물들이 다시 공직에 나가 또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악순환이 수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를 어떻게 단절시킬 것인가? 반부패국민연대는 직무수행과 관련된 전과가 있는 후보자는 필수적으로 선거 포스터나 공보 등 홍보물에 그 사실을 적시하도록 하는 선거법의 개정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약 하나를 사먹을 때에도 부작용에 대한 경고문이 있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후보자들의 전과사실에 대해서 유권자들은 당연히 알 권리가 있으며, 후보자들은 이를 공개할 의무를 진다고 본다. 이러한 장치를 통해 여야를 막론하고 부패인물들을 공직(선출직)에서 상당 부분 추방해낼 수 있을 것이다.

7. 청렴준수의무제 (Integrity Pact) 도입

'청렴준수' 의무제(integrity pact)를 도입하자는 국민적 운동을 전개하여야 한다. 각종 조달이나 공사, 용역, 구매 등 계약 관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먼저 해당 계약과 관련하여 뇌물, 상납, 향응제공 등 각종 부패행위가 없어야 한다는 것을 의무적으로 조건화하여야 한다. 또한 만약 이를 어길 시에는 그로 인한 불법적 이득의 배를 배상-추징토록 서약하는 것이다.

8. 결론

부패는 사회적 암(癌)이다. 암의 확대재생산을 막아내기 위해서 가장 절실한 것은 국민적 참여를 통한 '반부패실천'이다. 국민의 참여 없이는 어떠한 법률이나 제도, 선언도 그 자체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그간의 경험을 통해 습득해 왔다. 몇명의 선구자나 통치권자의 결단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은 국민적 감시와 적극적인 참여로서 모든 부정은 만천하에 드러나고야 만다는 원칙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잠재적인 사회적 압력과 치러야 할 대가가 더 크다는 인식의 공유가 절실하다. 부정과 부패로 형성된 개인과 국가의 부(富)와 명예는 부실공사로 지어진 건축물과 같아 반드시 붕괴되고 사멸된다는 것을 직시하여야 할 것이다.

정부나 국회를 향해 제도나 법률을 촉구하는 운동도 중요하다. 물론 부패의 근원적 추방을 위하여 법제의 개혁은 필수적이며 대단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법제로 저절로 우리 사회의 부패를 척결해 낼 수는 없다. 오히려 기업과 시민사회(단체), 국민 개개인 모두가 확고한 '반부패' 의지로 맑고 깨끗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실천에 자발적이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때에야 법제의 정비가 참으로 효력을 발휘하게 되고 "반부패"에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다. 이제 전시(展示)와 구호에 머무르는 부정부패척결이 아니라 함께 인식하고 자신부터 실천하는 반부패운동이 되어야 한다. 국민의 참여를 통해서 부패를 척결하고, 맑고 깨끗한 나라를 만드는 역사적 과업을 이룩해내자.